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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쉬퍼, 안리 살라(Anri Sala) 개인전 《Noli Me Tangere》 개최

에스더쉬퍼, 안리 살라(Anri Sala) 개인전 《Noli Me Tangere》 개최

  • 기자명 에포크한남
  • 입력 2024.03.22 16:57
  • 조회수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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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에스더쉬퍼 서울은 2024년 3월 21일(목)부터 5월 11일(토)까지 안리 살라(b. 1974, 알바니아 티라나, Anri Sala) 개인전, 《Noli Me Tangere》를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국내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새롭게 제작한 프레스코화 연작과 작은북을 사용한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안리 살라는 영화 작업과 음악을 촬영한다거나 악보에 기반해 영상을 편집하고, 작품과 전시 전체의 내용, 형태 및 구성에 공간의 건축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등 서로 다른 매체의 속성을 결합하는 영화적(cinematic) 설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안리 살라는 파리 피노 컬렉션,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리 퐁피두 센터, MUDAM 현대미술관, 뉴욕 뉴 뮤지엄 등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2013년 프랑스 대표 작가), 상파울루 비엔날레, 베를린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도큐멘타 등 주요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갤러리, 파리 루이비통 재단, 베네치아 피노 컬렉션 등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프레스코화 연작의 화면에 다양한 지질(地質)적 또는 역사적 시간성을 결합해 형식, 역사, 개념을 풍부하게 엮어낸다. 프레스코는 덜 마른 회반죽(intonaco, 인토나코) 바탕 위에 안료를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부터 수 세기 동안 사용되어 왔다. 작가는 프레스코화 표면에 대리석 조각들을 융합해 화면을 사각형 프레임 밖으로 확장한다. 63x41cm에서 120x102cm까지 다양한 크기의 프레스코 화면들은 벽에 거는 형식으로 설치한다.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Noli Me Tangere Inversa (Fragment 1)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저명한 예술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87-1455)가 1425년부터 1430년까지 피렌체의 산 마르코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를 차용한 작품이다. 프라 안젤리코는 부활한 예수를 보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기쁜 마음에 끌어안으려 하자 예수가 “나를 만지지 말라(Noli Me Tangere)”고 말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예수의 말은 자신은 이제 하늘, 즉 신의 영역으로 승천하기 때문에 붙잡지 않아도 모두의 곁에 머무는 존재가 되었음을 내포한다. 안리 살라는 작품에 프라 안젤리코의 화면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프레스코화의 역사를 언급한다. 동시에 원본 화면의 색상을 반전해 사용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아날로그 필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역사적 기법과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그러나 이미 낡아버린) 매체의 효과가 결합한 화면을 통해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언급한다.

작가는 Surface to Air 연작에 비행기에서 직접 촬영한 구름 사진을 사용한다. 화면에 나타나는 굽이치는 추상적 형상들은 불규칙한 유동성과 일정한 흐름의 전형을 나타내며, 작품에 시간적 부조화라는 층위를 더한다. 안리 살라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겹의 안료를 칠해 완성해야 하지만 (giornata: 하루 동안의 작업) 수 세기, 적절한 조건 하에는 수천 년이 지나도 보존되는 프레스코와 한순간을 즉각적으로 기록하는 매체인 사진을 결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포착한다.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화면에 대리석을 활용한다는 점 또한 신작 프레스코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프레스코 화면의 색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대리석 조각들은 안료를 채색하는 부드러운 회반죽(intonaco, 인토나코)을 바르기 전보다 단단한 토대(arriccio, 아리차토)를 만들기 위해 석고와 대리석 가루를 섞어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연상케 한다. 화면 속 대리석 조각의 무늬는 다른 재질의 표면을 대리석처럼 보이도록 채색하는 마블링(marbleizing)이나 대리석 조각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 이미지를 만드는 인타르시아(intarsia)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기법들을 상기시킨다. 대리석 조각은 특유의 색상과 줄무늬를 지닌 결정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되는 지질학적 시간 또한 떠올리게 한다.

2층 전시실 한편에서는 작가가 프레스코화를 제작하기 위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 작품, Transfert (Noli Me Tangere, Fragment 1)를 만나볼 수 있다. 드로잉 뒷면에 마른 석고가 묻어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이 덜 마른 회반죽 위에 모티프를 옮겨 그릴 때 활용한 스케치 기법을 재현한 것이다.

더 윈도우 공간에는 두 개의 작은북으로 이루어진 사운드 설치 작품 In-Between the Doldrums (Pac-Man)을 선보인다. 하나의 작은북이 자갈로 덮인 바닥 위에 놓인 작은북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또 다른 작은북이 거울에 비추듯 대칭을 이룬다. 특수 제작한 작은북 안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가청음에 해당하는 고음역과 중음역의 소리와 북 표피에 진동을 일으켜 북채가 튕기며 소리를 내게 하는 저음 주파수를 재생한다. 작품은 기계적 미학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두 개의 북이 기계적 작동이 아닌 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듯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주체 없이 움직이는 북채를 통해 뜻밖의 교감을 강조하는 In-Between the Doldrums (Pac-Man)는 프레스코화와 조각의 연결고리로써 이번 전시의 주제를 관통한다. 이는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에서 두 손이 서로 닿지 않는 모습을 차용한 Noli Me Tangere Inversa (Fragment 1)를 다시 상기시킨다. 화면 속 서로 닿지 않는 두 손 사이의 빈 공간은 세속과 신성 사이의 긴장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의 맥락에서 이러한 모습은 추상적 구상과 실재하는 구체(具體) 사이의 영역, 즉 모래와 석회 반죽, 안료가 작가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안리 살라는 1974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태어났다. 티라나 국립 예술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Arts Tirana)와 파리 에콜 데보자르 데코라티프(École 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에서 수학했으며, 프랑스 투르쿠앵 르 프레누아 프랑스 국립 영상학교(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베를린, 나폴리, 파리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최근 개인전: 《Time No Longer》, 피노 컬렉션, 파리 (2022); 《AS YOU GO》, 윈싱 아트 플레이스, 타이베이 (2022); 《Anri Sala. Transfigured》, 베르가모 현대미술관, 베르가모, 이탈리아 (2022); 《Anri Sala》,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브레겐츠, 오스트리아 (2021); 《Anri Sala: The Last Resort》, MUDAM 현대미술관, 룩셈브루크 (2020); 《AS YOU GO (Châteaux en Espagne)》, 보틴 센터, 산탄데르, 스페인 (2019-2020); 《Anri Sala. Le Temps coudé》, MUDAM 현대미술관, 룩셈브루크 (2019-2020); 《AS YOU GO》, 리볼리성 현대미술관, 토리노, 이탈리아 (2019); 《The Last Resort》, 개러지 현대미술관, 모스크바 (2018-2019); 《Clocked Perspective》, 후멕스 재단, 멕시코시티 (2017); 《The Last Resort - 33rd Kaldor Public Art Projects》, 로툰다 전망대, 시드니, 호주 (2017); 《Anri Sala》, 루피노 타마요 현대미술관, 멕시코시티 (2017); 《Anri Sala: Answer Me》, 뉴 뮤지엄, 뉴욕 (2016).

/자료제공=에스더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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